MIN YUL


기억하다 : 달콤 짭조름한 추억

10 May - 30 May 2023









<작가 노트>




민율 | Artist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업이 많은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이 중 기억 속에 저장되는 것들은 주로 매우 특별했던 것들이다. 일상에서 벌어졌던 사소하고 평범한 일들은 대부분 기억에 남지 못하고 잊히게 된다. 그러나 소소했던 순간들이 삶의 시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소소한 일상에 작은 의미를 부여해 주고 싶었다.

   

   <기억하다>시리즈는 오랫동안 함께한 작은 물건들이 기억하고 있는 아주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의 기록이다.


1.기억하다-작은 사물 이야기

   동전 몇 개 들은 채로 오랫동안 책상 위에 놓여있는 저금통 , 싱크대 수납장의 한 켠에 있는 이 나간 찻잔, 누군가에게 선물 받은 장식장 속 작은 인형들처럼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기억나지도 않는 사물들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없어진다 하더라도 티 나지 않는 물건들이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소소한 시간들을 나와 긴 시간 함께한 이 물건들은 기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 사물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을 꺼내어 기록하기로 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물들에서는 클로버나 강아지풀, 제비꽃 같은 들풀들이 자라난다. 이러한 들풀들은 매해 길가 어디서나 피어나는 특별하지 않은 것들이다. 누군가가 신경 쓰고 기르지 않아도 그곳에서 꽃피우고 자란다. 어딘가 소소한 일상과 닮았다. 특별할 것 없는 작은 사물과 들풀이 작품 속에서 만나게함으로 이들이 간직한 소소한 일상에 조금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주고 싶었다.


2.기억하다-과자이야기

   과자를 먹다보면 가끔 오래된 추억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어릴 적 아빠가 사온 달달한 과자를 4남매가 나란히 앉아 나눠먹던 기억, 동그란 비스킷을 앞니로 조금씩 부서지지 않게 먹어가며 초승달 모양을 만들던 기억, 비스킷 두 개 사이에 크림을 넣어 만든 과자를 살살 비틀어 가운데 크림만 먹고 다시 몰래 넣어둔 기억,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때면 누군가 보내준 종합 과자 선물세트에 즐거워하던 기억 등 아주 소소하고 평범한 기억들이 과자의 고소하고 달콤 짭조름한 맛과 함께 떠오른다. 과자는 이러한 면에서 ‘기억하다-작은 사물이야기’의 사물과 같은 기능을 한다. 어릴 적 먹던 과자는 그때의 소소한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다. 작품 속 과자에서는 세 잎 클로버가 자라고 있다. 사람들은 네잎 클로버가 행운을 가져다 준다하여 특별하게 생각하지만 세 잎 클로버는 단지 흔한 길가의 풀로 여긴다. 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소소한 기억들이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길가에서 자라는 대부분의 클로버는 세 잎이다.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다. 작품 속 과자에서 자라고 있는 세 잎 클로버는 소소한 일상 속 작은 행복들을 의미한다. 가끔은 특별한 행운 보다 평범한 시간들이 주는 일상 속 작은 행복들을 떠올려 보기를 바란다. 이 행복들이 모여 삶의 큰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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